"수익증권 사세요…" 증권맨은 '세일 중'

판매실적 고과에 반영 주식 매매는 뒷전으로

입사 6년차 된 A증권사의 브로커(Brokerㆍ주식중개인) K대리. 그는 아침 8시 출근과 동시에 그날 만나볼 고객들의 명단부터 훑어본다. “회사 방침에 맞춰 거의 매일 고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방문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요즘은 내가 증권맨인지 세일즈맨인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라고 K대리는 말했다. 주식매매에 승부를 걸던 증권맨들의 주업무가 바뀌고 있다. 사이버주식 거래 등으로 매매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상당수 증권사들이 객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보다는 밖으로 뛰쳐나가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지점별 또는 개인별 수익증권 판매 목표량을 할당하고 있다. B증권사의 Y대리(남ㆍ34ㆍ입사 5년차)는 “지점장으로부터 오늘 (수익증권 판매) 목표량를 채우지 못하면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말라”는 지시까지 받고있다고 전했다. 이 증권사는 개인당 일주일에 2건 이상 판매하는 것을 목표치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의 세일맨화는 최근 증권시장의 수익구조 악화와 은행 등이 수익증권 판매를 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C증권사의 브로커 L과장(남ㆍ38)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춘 국민은행과 또 프리미엄을 갖춘 시티은행의 수익증권 판매 후 회사에서의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며 “상품을 가리지 않고, 팔 수 있는 모든 상품은 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주식 브로커로서 가장 중요했던 당일 매매할 종목을 분석하고, 장 마감 후에는 매매했던 종목의 리포트를 쓰는 업무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L과장은 “솔직히 증권사의 직원 구조조정도 거세게 일고 있지 않느냐. 수익증권 상품 판매 실적도 구조조정 대상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익증권 판매가 재미는 없지만 최소한 위험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L과장은 기자와 만났던 날에도 하루종일 찾아다녔던 고객들의 신상자료를 정리하면서 일과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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