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중 기업에 본격 메스

탈세 의혹 등 잇따르자 금융당국 조사 급물살
중 "월권행위" 강력 반발… 외교분쟁으로 비화 조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회계부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SEC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교육 콘텐츠 업체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해 공식 영장을 발부하고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지난 10여년간 대다수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 상장할 때 중국 내 자회사를 해외 지주회사가 관리하는 VIE(Variable interest entityㆍ변동이익실체) 방식을 이용해왔는데 SEC 조사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WSJ는 "VIE 방식으로는 해외 투자가나 모회사가 중국 내 사업체에 직접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을뿐더러 중국 내 자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프레드릭 오크비스트 회계사는 "중국 자회사의 이익이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인 지주회사로 모두 이전돼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많은 VIE 기업들이 탈세를 위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EC가 그동안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재무제표상에 중국 내 자회사와의 관계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중국 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강제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지난해 시노펙스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리서치 회사 머디워터스가 최근 뉴오리엔탈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뉴오리엔탈 주가는 18~19일 이틀간 57.32%나 폭락했다.

특히 SEC는 뉴오리엔탈을 조사한 결과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VIE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투자가들의 불신도 커지면서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크게 줄고 있다. 뉴욕증시에 신규 상장된 중국 기업 수는 2010년 23개사에서 지난해 8개사로 줄더니 올해는 7월 현재 1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기존의 상장사도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EC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1년여간 회계가 불투명한 30여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증권등록 취소와 상장폐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년 사이 국적이 같은 30여개 외국 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된 사례는 증시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며 "현재 뉴욕증시에 상장한 200여개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추가 퇴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정유업체인 중국석화(시노텍)는 자산 부풀리기 의혹으로 5월 SEC로부터 등록취소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중국 식품기업인 차이나뉴트리프루츠가 상장 폐지된 데 이어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의 대체에너지 전문기업 시노클린에너지와 교육 관련 기업 차이나캐스트도 증시를 떠났다. SEC는 주가조작과 불법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색출하기 위해 딜로이트ㆍ언스트앤드영ㆍPwCㆍKPMG 등 회계법인 4곳에 회계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맞서 미국과 중국 간 외교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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