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초반 분수령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후보사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원 전 부인의 사생활 폭로 등 대형변수들이 돌출하면서 경선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판세요동의 중심에 있는 깅리치는 19일(현지시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는 아메리칸리서치그룹(ARG)이 지난 17∼18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3%의 지지율을 기록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32%)를 앞서면서 기세를 올렸다. 또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의 18일 조사에서도 33%의 지지율로 롬니(31%)를 꺾었다.
여기에 이날 페리가 경선포기를 하면서 지지를 선언해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페리의 사퇴로 공화당 경선후보는 롬니와 깅리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론 폴 텍사스 하원의원 등 4명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두 번의 이혼경력을 가진 깅리치가 다시 한번 도덕적 타격을 받을 만한 일이 발생했다. 18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매리엔 깅리치가 이날 A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 '나이트라인'과의 인터뷰에서 "깅리치가 '오픈 매리지'를 원했다"며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그가 도덕적으로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보수적인 남부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오픈 매리지는 개방결혼이나 자유결혼으로 배우자의 혼외관계를 인정하는 결혼형태를 의미한다. 매리엔은 그가 전 의회보좌관이자 지금의 아내인 캘리스터와 6년 동안이나 사귀는 와중에 당시 부인이었던 자신에게 그 같은 요구를 했다고 폭로했다. 매리엔은 1999년 84세 생일을 맞은 노모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어 이혼을 요구할 정도로 깅리치가 비정한 인물이라고 털어놓았다.
깅리치는 이날 저녁 CNN 주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첫 질문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자 자신은 오픈 매리지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면서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 낸 것에 대해) 파괴적이고 사악한 네거티브적인 뉴스미디어들이 유능한 사람들로 하여금 공직을 꺼리게 만든다"고 역공을 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롬니는 베인캐피털 시절의 경력과 엄청난 소득을 올리면서도 일반 근로자보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 경쟁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본주의와 자유가 미국을 강하게 만든다" "많은 세금을 내왔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오는 4월까지 그의 세금 관련 기록을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혔다.
대선후보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결과가 뒤집힌 것도 롬니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날 재검표 실시 결과 당초 8표차로 2위였던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34표차로 롬니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샌토럼은 '아이오와 1위' 탈환을 적극 환영하며 보수표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그는 이번주 초 공화당에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 복음주의 지도자 150명으로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이나 자금 면에서 떨어져 얼마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