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작 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전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시작하는 사업인데…'하는 기대 말이다. 카카오톡 국내가입자 3,500만명 중 10%만 다운받는다 해도 350만명, 이중에 10%만 유료 가입자가 돼준다고 해도 35만명이다. 이 사람들이 한달에 500원 정도만 우리 상품을 사 준다면… .
카카오톡이 올해 4월 초부터 야심차게 시작했던 '유료 온라인 디지털콘텐츠 마켓' 카카오페이지 이야기이다. 서울경제 역시 카카오페이지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증시에서 각 상장사 주식담당자와의 대화를 엮은 '주담과 Q&A'를 기사상품으로 만들어 이 카카오페이지에 올렸다. 그리고 약 4개월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의 결과로만 보면 카카오페이지는 실패했다.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서울역(카카오톡) 바로 옆에 빵집(카카오페이지)을 열었지만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목이 워낙 좋아 처음부터 마케팅용 공짜 빵은 만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울역에만 드나들 뿐 바로 옆에 있는 빵집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유료 온라인 디지털콘텐츠 마켓 개설'이라는 방향에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금 우리 인터넷에는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소비자들은 질 높은 유료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 콘텐츠사업자들은 콘텐츠 대신 배너광고에 의존해 돈을 번다. 배너광고는 클릭수, 뷰수(view) 등 보는 사람의 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사진ㆍ기사ㆍ제목 등이 인터넷에서 판을 치게 됐다. 뉴스콘텐츠 제작자인 신문ㆍ방송 등 언론사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악순환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배너광고가 아닌 콘텐츠 유료화는 모든 인터넷 사업자의 바램이다.
모바일의 최강자 카카오톡이 이 같은 모두의 바람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실현시키겠다고 나오자 모두가 환호했다. 지난 4월9일 카카오페이지가 개장하기도 전에 약 8,000개의 콘텐츠가 등록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카카오 경영진 역시 "3년 내에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콘텐츠) 파트너사 100만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성공을 장담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하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단지 기대에 그쳤다. 실제 문을 열자 손님은 안 오고 사업자들만 북적였다. 그리고 이제는 사업자들도 잘 오지 않는 썰렁한 마켓이 돼버렸다.
카카오페이지가 부진한 원인으로는 먼저 카카오 측의 준비부족을 들 수 있다. 카카오톡과의 연계가 부진했고 모바일에서 이 마켓에 찾아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또 너무 복잡한 과금체계, 스토어-보관함 이중구조, 다운로드방식의 보기 등등. 왔던 손님도 "뭐 이렇게 복잡해"라며 떠나가게 했다.
유료의 벽도 높았다. 아직 손님들이 지갑을 열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구경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가 그 복잡함과 유료설정을 보고 질려서 다시는 찾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라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각종 교육, 만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건강ㆍ다이어트 등의 콘텐츠가 카카오페이지에 등장했지만 손님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콘텐츠 유료화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디지털콘텐츠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음악 온라인 음원시장이 증명했다. 국내온라인 음원시장 규모는 2011년이 약 7,000억원, 올해가 8,000억원, 2015년에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화나 동영상 다운로드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지가 겪은 실패의 과정은 콘텐츠 유료화가 불가능한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니다. 단지 '유료화가 잘 안 되는 몇 가지 방법'을 배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9월로 예정된 카카오페이지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카카오도 흥하고 디지털콘텐츠 제작자들의 표정도 활짝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