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국내증시 투자의견 하향 영향, 주가 올라도 폭은 완만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여전히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들어 부정적인 분석도 늘고 있다. 또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내수경기회복이 더디다는 평가 속에서도 은행주에 대한 매수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CSFB는 10일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두 단계하향조정했다. 최근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달 JP모건증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CSFB의 이번 투자의견을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고 앞으로 추가 상승은 가능하지만 상승의 폭과 속도는 작고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주 후반에 나올 미국 경제지표가 어떤 방향성을 보일 지 지켜보면서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10일 종합주가지수는 2,900억원이 넘는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개인도 10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전 주말보다 7.49포인트 떨어진 796.56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서 외국인은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최근의 바뀐 매매패턴을 좀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의 `비중 축소`의견 부각=메릴린치증권이 지난 7일 모델포트폴리오 내 한국증시에 대한 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했지만 CSFB의 의견이 더 관심을 끌었다. 지수가 이미 많이 올라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SFB는 “한국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성장의 힘이 수출에서 내수경기 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 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CSFB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수출에 이어 내수가 받쳐주며 경제가 선순환 싸이클을 보였지만 최근의 모습은 정상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의 전망치로 본 지수가 865포인트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많지 않다”며 “지금은 비중을 확대하기 보다는 보유한 주식의 수익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며 강조했다. ◇외국인 매수 패턴 은행주 등으로 변화=이런 시각 때문인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 등 수출주 위주의 기존 매수 전략에서 은행, 증권 등으로 매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업종별 외국인 보유 비중을 보면 운수창고(1.62%), 은행(1.29%), 비금속광물(0.93%), 증권(0.92%) 등이 큰 폭으로 늘었다. 기존 수출주 위주의 대형 우량주의 주가가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격 메리트가 희석되자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업종과 종목으로 매기를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 등 그 동안 많이 오른 주식의 경우 내년에 큰 폭의 이익이 나지 않는 한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 패턴이 자연스럽게 수익률 갭 메우기 차원으로 전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JP모건ㆍCSFB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80여만주의 매수세가 몰리며 지난 주말보다 1,000원(2.17%) 오른 4만7,100원에 마감했고, 우리금융도 CLSA증권 창구 등으로 98만주의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며 2.17% 오른 7,050원을 기록했다.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 유지 필요=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가 800을 기점으로 내려갈 경우 복원도 빠르겠지만 올라가도 바로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에 바뀌고 있는 외국인 매매패턴이 순매수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해야 된다고 충고했다. <한기석기자 han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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