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는 환영이다. 그만큼 다른 데 쓸 돈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줄어들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최근 들어 해당 업계를 대상으로 휘발유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유가 하락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주무부처가 관련기업들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가격 인하에 협조해달라며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가격 인하 압력은 자칫 대중영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현실적으로도 몇 가지 난점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정부의 시장왜곡이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묘한 기름값"이라고 말하자마자 가격 인하를 위한 공권력 남용이 있었지만 정작 억지로 값을 내린 3개월을 빼고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알뜰주유소라는 편법까지 동원됐음에도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은 각각 리터당 100원 정도 내려갔을 뿐이다.
휘발유 가격구조에 대한 무지(無知)를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환율을 감안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455원20전으로 연초보다 327원50전 떨어졌지만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 가격은 877원10전에서 541원40전으로 335원70전이나 내려갔다. 유류세가 리터당 9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가 더 떨어진다 해도 휘발유 값의 추가 하락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휘발유에는 고정세금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 말 56%로 치솟은 상태다. 정부가 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 선순환을 기대한다면 이제 남은 것은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일선기업들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수록 휘발유세 인하 목소리도 동반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선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