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30일] 지자체 개혁 핵심은 정당공천제 폐지

비리혐의로 수배 중이던 민종기 당진군수가 서울에서 30분 동안 시속 200㎞에 달하는 자동차 추격전 끝에 체포됐다. 특정 건설업체에 공사를 몰아준 대가로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고 1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적발되자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다 잠적했다. 그동안 당진군수가 보인 행태는 한마디로 조폭이나 불량배 뺨칠 정도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더 이상 지자체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권은 천안함 장병의 장례가 끝남에 따라 지방선거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공천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도 지방자치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오는 2014년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 구의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기초의회 폐지는 당연한 것이며 지자체 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다. 본회의 처리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구의회 폐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온상인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 시의원 숫자를 늘리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측면이 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특히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지자체가 바로 서기 어렵다. 기초자치단체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밥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정당공천제에서 비롯된다. 국회의원이 출신지역 단체장과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의회는 지역유지나 토착세력의 친목모임으로 전락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 구의회만 없애는 것은 본질은 그대로 두고 겉모양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나 230여개 기초단체의 거의 전부가 수뢰 등 부패로 얼룩지고 구속 기소된 단체장도 부지기수다. 재선거 등으로 예산을 낭비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천 때 영향력을 행사한 국회의원도 비리 등이 터지면 오리발을 내민다. 국가경쟁력을 좀먹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지방자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당공천제를 없애든가 아니면 비리 등 문제가 되면 공천한 정당이 책임지는 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 지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은 정당공천제를 이용해 지역유지나 토착세력의 배만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참여가 없는 자치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이번 광역시 구의회 폐지를 계기로 지방자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당진군수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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