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조작 불똥… 싱가포르 시보 폐지 움직임

"조작에 취약" 여론 퍼지자 역내 은행마저 참여 꺼려

싱가포르가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의 여파로 시보(Siborㆍ달러화 연동 싱가포르 은행 간 금리)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다우존스뉴스와이어가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당국 내에서는 리보처럼 역내은행들이 제출하는 금리의 평균값으로 결정되는 시보가 조작에 취약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지난달 외환시장위원회(SFEMC)에서 시보를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소식통은 폐지가 실제로 이뤄질지, 금리조작 방지를 위한 규제책이 나오는 선에서 그칠지 등 결정된 바는 아직 없으며 최종 결정은 오는 6월 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7월 리보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바클레이스 등 리보를 결정하는 역내 20개 은행 중 상당수는 자사의 입맛에 맞게 왜곡된 금리를 제출, 리보를 조작해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건이 터진 후 싱가포르 내에서는 리보를 벤치마킹해 역내 12개 은행이 매일 제출한 금리로 결정되는 시보 또한 조작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며 당국은 트레이더의 e메일을 뒤지는 등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은행권의 한 간부는 역내은행들이 시보에서 빠지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시보에 대한 소문이 악화되면서 '시보 결정은행'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내은행마저 시보 잔류를 꺼려 시보가 폐지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보 폐지가 결정될 경우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시보는 싱가포르 은행 간 거래뿐 아니라 기업대출ㆍ모기지 등 국내 전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다우존스는 시보를 대체해 어떤 금리체계가 들어설지 불투명하며 리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영국금융청(FSA)은 리보 조작 방지를 위한 10개의 리보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