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휴가, 창립기념일 대체휴가 등 각종 휴가를 남발하고 경조사비를 과다 지급하는 등 공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실태가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확인됐다. 일부 기관의 경우 부채상환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동원하는 등 고질적인 방만경영 행태를 보였다.
22일 기획예산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게재된 기관별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김영배 공단 사외이사가 지난해 11월 열린 공단 임시이사회에서 “자녀를 입양할 경우 7일, 성희롱을 당할 경우 7일의 휴가를 각각 준다는 회사 측 안건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안건을 통과시킨다면 나는 퇴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5일제 시행으로 매주 토ㆍ일요일을 쉴 뿐만 아니라 연차휴가 15∼25일, 연간 17일에 이르는 공휴일 등을 감안할 때 각종 명목으로 휴가를 늘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 이 안건은 보류됐다. 하지만 한달 후인 12월 성희롱 휴가를 5일로 줄인 채 해당 안건은 이사회를 통과했다.
같은 해 8월 근로복지공단 이사회에서는 사측이 단체협약에 명시된 창립기념일 대체휴가(대휴) 1일, 사회봉사의 날 대휴 1일, 태아검진휴가 월 8시간 등의 규정을 인사복무규정에 반영하려 했으나 외부 출신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유보됐다. 그러나 공단은 노사단체협약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과도한 경조사비도 드러났다. 지난해 6월 개최된 철도공사 이사회에서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조부모 사망시에도 기본급의 100%에 이르는 금액을 사망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데 대해 이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세형 사외이사는 “직계존속 사망조위금이 기본급의 1배(평균 200만원)를 지급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해 많다”면서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부모 사망시에도 일정액인 30만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 소홀한 부채관리 자세가 문제였다. 김병도 공단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공단 측이 1조4,0000억원의 채권발행안을 제시하자 “일반기업에서 채권발행시 원리금 상환계획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단은 정부기관이어서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수입을 따져보면 원리금 상환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