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문화산책] 바다와 만나는 문화공간

호주 시드니의 달링하버는 항구도시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물류수송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그 대체 수단으로서 여객수송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단순히 여객수송이 아닌 인적교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해양박물관이 들어서고, 수족관과 컨벤션센타 그리고 카지노 등이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시드니를 찾았을 때 여행의 출발점이 바로 달링하버였고, 여행을 마치고 차 한잔을 마시는 곳도 바로 그곳이었다. 바닷물에 비친 해변산책로의 가로등 빛이 밤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고, 해변카페의 분위기는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삼면으로 접하고 있고, 그러한 우리의 항구도시들에서 문화공간을 찾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무질서하게 들어선 횟집들과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에서 사람의 정을 느끼는 낭만이 있는 곳도 물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쾌적한 공간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무대를 갖춘 곳, 그런 곳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달링하버를 찾은 그 날은 마침 판토마임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었다. 해변가 야외마당이 무대였고 그 주위를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구경도 하고, 어울리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이 날만이 아니라, 이런 축제들이 일년에도 천여 건이 열린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의 항구도시들도 새로운 발전구상을 발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제도시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다운타운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은 항구도시의 출발점이 항구가 아닌, 도시의 중심지라는 점이다. 항구도시에서도 항구는 아직까지 변두리에 속하는 것이다. 과연 그래야만 할까? 만일 도시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찾는다면, 항구도시의 항구는 바로 차별성과 고유성의 출발점이 된다. 그 출발점을 바다와 사람과 문화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미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바다를 만나는 곳에 위치한 바로 그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싶다. <이연택(한양대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