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속도로가 설계변경, 고가낙찰, 거액의 명퇴금 지급 등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고속도로 공사 144개 공구의 설계변경이 283회에 이른다. 이로 인해 공사비도 8%나 늘어나는 등 설계변경이 공사비 부풀리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이가운데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가 줄어든 경우는 16건에 불과하며 일부 공구는 5~6차례의 설계변경 과정에서 공사비가 두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최근 개통된 서해안고속도로 서천~군산간 11공구가 그 대표적인 예. 당초 553억원으로 책정됐던 이 구간 공사비는 무려 6차례의 설계변경 과정에서 1,150억원으로 불어났다. 중앙고속도로 제천~원주간 15공구 역시 4차례의 설계변경을 거치는 동안 472억원이던 공사비가 1,182억원으로 널뛰었고 대전~함양간 고속도로 4공구도 공사비가 498억원에서 939억원으로 증가했다.
도공은 또 자회사인 고속도로관리공단과의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수의계약 과정에서 높은 낙찰가율로 공사를 주고 있다. 97년부터 올 9월까지 고속도로관리공단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고속도로 공사는 모두 19건 935억8,147억원으로 이들 공사의 예정가 대비 평균 낙찰가율이 무려 96%를 넘어선다. 이가운데 95% 미만에 낙찰받은 공사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일반경쟁입찰 공사의 낙찰가율이 90%선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십억원의 공사비가 과다 지급된 셈이다.
이에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관리공단이 설립 초기단계인데다 휴게소 민영화 과정에서 고속도로시설공단의 인력을 흡수하다 보니 자립기반이 약해 자회사 지원차원에서 높은 금액에 수의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도공은 지난해말 부채규모가 4조6,600억원에 이르면서도 93년부터 올8월까지 393명의 임직원을 명예퇴직시키면서 퇴직금 외에 208억5,300만원의 명예퇴직금을 지급, 1인당 평균 5,306만원의 거액을 쥐어주기도 했다. 【정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