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하나금융 후계 구도

함영주 등장에 새로운 경쟁 국면, 차기후보群 세대교체 이어질 듯
함 내정자 유리한 입지 구축 속 외환銀 출신 잠룡들 부상 분석
"CEO 장기체제 필요" 목소리도

김정태 회장

함영주 은행장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이 다음달 1일 출범하고 초대 은행장으로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이 전격 발탁됨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을 둘러싼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태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한 만큼 향후 1~2년 내에 후계 이슈가 불거질 일은 없겠지만 이번 KEB하나은행장 선임으로 하나금융을 이끌 차기 주자들도 세대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내부에서 가장 촉망 받던 주자였던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하나금융 내 주류로 보기 어려웠던 함 부행장이 통합은행장에 전격 발탁된 것은 하나금융의 차기 지배 구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여기에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외환은행 출신들이 앞으로 통합은행에서 주요 임원을 맡으며 하나금융 후계 경쟁에 함께 뛰어든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피인수은행 임원으로서 설움을 겪었다지만 앞으로는 통합은행의 일원으로서 후계 경쟁에 충분히 뛰어들 수 있다. 피인수은행(서울은행) 출신인 함 내정자의 발탁에서 봤듯이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나금융의 분위기에서 외환은행 출신들의 성장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단 차기 후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함 내정자다. 함 내정자가 초대 통합은행장으로서 내부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KEB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안착시킨다면 차기 하나금융을 이끌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을 얻게 된다. 아직 하나금융에서는 하나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상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른 계열사 사장들이 경쟁자가 되기는 힘든 구도다.

하지만 변수가 남아 있다. 일단 함 내정자의 임기가 2017년 3월까지인 반면 김 회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로 김 회장이 은행장을 한 번 더 뽑을 수 있는 구조다. 김 회장이 내부에서 다수의 잠룡들을 키우고 경쟁을 불일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부행장 총 8명 가운데 이번 통합은행 임원 인사에서 살아남는 부행장들은 모두 차기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 은행장 경쟁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황종섭 하나은행 부행장, 이현주 외환은행 부행장 등은 여전히 유망 주자로 분류된다.

물론 또 다른 유력한 카드도 있다. 바로 김 회장의 3연임이다. 윤병철 전 회장이 12년, 김승유 전 회장이 15년간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에서는 CEO의 장기 집권이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하나금융 회장은 횟수 제한 없이 만 70세까지 연임할 수 있고 올해 만 63세인 김 회장의 경우 3년 뒤 또 한 차례 연임이 충분히 가능하다. 올 3월 연임에 앞서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천신만고 끝에 이를 결국 이뤄낸 김 회장은 조기 통합의 성과가 3년 뒤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3연임의 명분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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