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후변화협약 새 기회다

전용호기자<정치부>

‘이산화탄소(CO2)를 사고판다?’ 새해 1월1일 0시. 대한민국 국회는 새해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예산안을 갖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유럽에서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유럽연합 25개 국가의 1만5,000여개 발전소와 공장이 대거 참여해 이산화탄소를 사고팔기 시작했다. 내달에 본격 발효되는 교토의정서의 배출권 거래체제(ETS)에 따라 자기 기업에 할당된 CO2 배출량보다 많이 배출하면 한도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매입해 벌충해야 한다. 이날 영국 런던국제석유거래소(IPE), 독일 율버에너지거래소(IPE)등은 CO2 배출권 현물거래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타국 기업과 배출권을 거래하는 국제시장이 최초로 탄생한 것이다. “대기 중에 있는 CO2를 왜 사고팔아?”라며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던 ‘공기’도 이제는 돈이 되는 세상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은 “오는 2012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5%(95년 대비) 정도 줄여도 2015년의 실질 국민총생산은 11조3,000억원이 준다”고 최근 밝혔다. 더욱이 유럽국가들은 ‘교토 라이트’라는 새 국제협약을 추진, 미국과 한국 등 에너지 다소비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2007년에 세계 배출거래시장 규모가 800억유로(약 110조원)로 커질 것으로 추정되면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서둘러 진출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런던에 배출권 거래소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도 거래소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가 이 시장을 선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로 ‘오염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호를 친환경적인 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다면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빨라질 것이다. “앞으로 이산화탄소의 국가별 쿼터가 정해지면 국제 세력의 판도가 바뀌는 등 ‘환경제국주의’가 펼쳐질 것”이라며 “국민들의 관심과 환경외교의 확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는 외교부 당직자의 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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