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와 천둥의 시대'는 미국의 서부 정복과 아메리카 인디언 멸망사를 서사적으로 그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현재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로 제작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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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부 정복과 아메리카 인디언 멸망사'라는 부제가 책(원제ㆍBlood and Thunder)의 성격을 말해준다.
19세기 서부는 미국 역사 속에서 가장 혼란스런 시기와 장소였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이 만들어졌다. 이 책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현재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로 제작 중이다.
미국 작가 햄튼 사이즈가 쓴 이 저작은 논픽션으로 서사적으로 구성돼 있다. 19세기 미국이 서부를 점령해가는 모습과 아메리칸 인디언이 몰락하고 파멸해 가는 모습을 치밀하게 복원하며 서부 정복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파헤친다. 멕시코 전쟁, 남북 전쟁 등 미국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도 정리됐다.
책은 서부 시대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키트 카슨과 아메리칸 인디언 가운데 가장 번창했던 나바호족,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하지만 서부 정복의 영광을 논하는 것도 인디언들의 교훈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혼란의 시대상과 역사적 사실들을 관찰하듯 객관적으로 그려나간다.
키트 카슨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미국사람들에는 매우 친숙한 이름. 영화사상 최초의 서부영화로 꼽히는 작품이 1903년작 '키트 카슨'이라고 하니 그의 상징성을 짐작할 만하다. 미국 서부 팽창의 역사를 몸으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켄터키주 개척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 카슨은 어려서부터 근처에 살던 여러 원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러나 서부 정복의 또 다른 주역인 지형학자 프리몬트의 서부 원정대에 참가하게 되면서 카슨은 인디언의 친구에서 인디언 학살자로 변하게 된다.
책은 키트 카슨이 어떤 까닭에 인디언 학살 주범이 되며 또 서부 시대의 영웅이 되는지 미국 서부 정복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카슨은 거창한 이념의 인물이 아니었다. 남북전쟁때 북군에 가담했지만 북군의 대의에 공감하지 않았고, 멕시코전쟁 때 미국편에서 싸웠지만 자신이 카톨릭 신자, 아내는 히스패닉이고 멕시코인과 가깝게 지냈다. 인디언들을 무수히 죽였지만 인디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첫째 아내가 아라파호 인디언이었다.
저자는 잔혹한 죽음과 고막을 찢는 화포 소리가 난무하던 그 모순된 시대와 결함 많고 나약한 인간의 삶을 방대한 사료들을 이용해 재현하고자 했다.
책은 또 아메리칸 인디언 중 가장 번창했던 나바호족이 탐욕에 눈 먼 자들에 의해 어떻게 파멸되어갔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비극적인 역사를 지녔지만 다른 아메리칸 인디언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바호의 역사가 온전히 조명된다.
햄튼 사이즈는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입체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의 판단을 섞지 않은 객관적인 문장으로도 메마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타임, 워싱턴 포스트 등이 200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기록문학 걸작'으로 불렸던 책이다.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