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및 부채한도 합의에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올해 안으로 출구전략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올 4ㆍ4분기 미 성장률이 예상보다 대폭 떨어질 게 확실한데다 미 정치권의 예산 전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베이지북'에서 "소비지출 및 기업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경제활동이 점진적이고 완만한(moderate to modest)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면서도 "셧다운(정부폐쇄) 사태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연내 실시'를 예고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의지와는 달리 일러야 내년 3월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런스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인 아팔루사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테퍼 회장은 "연준이 일러야 내년 3월, 늦으면 6월까지 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군들라시 더블린캐피털 CEO도 "당분간 각종 경기지표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뒷받침할 만큼 호조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며 "2월 차기 연준 의장이 취임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2015년 출구전략 시작'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마커스 쇼머 파인브릿지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가는 "워싱턴의 예산투쟁 우려로 당분간 기업 투자와 고용이 저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미 디폴트 우려와 양적완화 축소가 맞물려 미 국채가 '슈퍼 파워'의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뚜렷한 조짐은 없지만 전세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이 가격이 급락한 미 국채에서 점차 손을 뗄 것이라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미 의회가 2011년 이후 세 차례나 예산 전쟁을 치르면서 미 국채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