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임원, 금호산업 주식 파는 까닭은

'인수 전 주가 떨어뜨려 부담 덜기' 고육지책?
"차익 실현 목적일 뿐" 해명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의 주식을 잇달아 매각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은 지난달 28일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7,431주를 전량 매도했다. 그룹의 전산시스템 개발 및 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아시아나IDT의 황선복 사장도 지난달 26일 금호산업 주식 5,000주를 팔았고 박홍석 금호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과 이용욱 그룹 전략경영실 상무 역시 최근 각각 4,700주, 1,000주씩을 처분했다. 이에 앞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원일우 금호산업 사장, 기옥 금호터미널 사장,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 등도 지난해 11~12월에 걸쳐 잇따라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그룹 임원들의 이 같은 금호산업 주식 매각은 주가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호산업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찾아와야 할 박 회장이 느끼는 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초 1만3,000원대 였던 금호산업 주가는 최근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지며 2만8,000원 대까지 치솟았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에 대해 주가와 지분 매각가격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주가가 급등한다고 해서 회사의 근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주가에 따라 매각가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도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임원들이 차익 실현 목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주가가 지금보다 더 뛰어오를 경우 자칫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 하한가를 설정할 때가 올 경우 치솟은 주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