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외세키우기

제3보(36~45)


장쉬의 백36. 급한 자리가 많을 것 같은데 한가하게 이곳을 못질하다니. 초심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수를 게을리하면 흑이 바로 이 자리에 쳐들어오는 순간 백의 코너가 흑의 실리로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흑37은 흑의 권리. 사실은 이 수를 꼭 지금 둘 필요는 없다. 나중에 팻감으로 둘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런데도 이창호가 이 수순을 서두른 것은 다음의 작전에 박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전공작이었다. 흑41로 어깨를 짚어간 이 작전. 외세키우기의 요령이다. 흑의 주문은 백더러 참고도1의 백1로 받아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면 흑은 2로 덮어씌울 예정이다. 백이 3으로 젖히면 무조건 4로 끊는다. 흑10까지가 예상되는데 우상귀 일대에 조성되는 거대한 흑의 주택단지는 그야말로 일당백이 될 것이다. 백42는 흑의 의도를 간파하고 변화를 구한 것. 장쉬의 주문은 참고도2의 흑1로 젖혀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면 흑은 우하귀에 이상적인 실리를 추가하게 되지만 백은 대세점인 6을 차지하여 우상귀 방면의 흑세를 견제할 수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손해인 백2, 4의 수순이지만 상하의 백이 일단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 이창호는 그 의도를 잘 알므로 43으로 그냥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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