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오판에 경쟁적 진출 "자승자박"

■ 외국계 투자기관, 카드부실채 4,000억대 손실
담보부실채 수익 나자 무담보채도 몰려
가격 올랐는데 채권회수율은 큰폭 하락
신용불량자 구제책도 잇달아 손실 눈덩이



론스타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무담보 부실채권 투자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평가다. 외국 투자가들은 담보 부실채권 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둔 후 무담보 부실채권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을 높였고 정책적 변수가 중요한 한국 시장의 특성을 오판한데다 섣불리 무담보 부실채권 시장을 낙관한 결과였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담보 부실채권ㆍ부동산 위주로 투자했다. 론스타 펀드는 지난 99년 5월 옛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5,400억원 등 5조원이 넘는 담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2000년 12월 동양증권 건물 650억원, 2001년 6월 스타타워 빌딩 6,630억원, SKC 건물 660억원 등에 투자했다. 담보 부실채권 투자로 큰 수익을 거뒀지만 더이상 물건이 없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무담보 부실채권이 쏟아져 나오자 외국인들이 몰렸다. 한 신용정보회사 대표는 “부실채권(NPL)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NPL을 모르는 투자자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NPL 입찰에 적게는 10곳에서 많게는 20곳까지 참여하는 등 거품이 끼었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부실채권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외국계 회사 직원들은 낙찰받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에 가격을 더 높게 썼다”며 “부실채권에 대한 평가가격이 원금잔액의 18%라면 낙찰을 받기 위해선 20% 이상을 써내야 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실채권 가격은 높아졌지만 채권 회수율은 급락했다. 한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는 “원금잔액의 20%에 낙찰을 받았다면 월 1%, 연 12%가량은 회수가 돼야 수익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당시 회수율은 0.5%를 밑돌았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 신용정보회사의 카드 부실채권 회수율은 2003년 월 0.31%에서 2006년 0.17%로 하락했다. 정환철 KIS채권평가 연구원은 “외국계 투자자들은 동남아 국가와 우리나라 과거 회수율을 참고로 카드 부실채권 시장을 낙관했다”며 “그러나 실제 부실채권 회수율은 정부정책에 따라 한해한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3년 8월 다중 채무자 일괄 채무재조정, 2004년 9월 개인회생제도, 2006년 4월 통합도산법 등 신용불량자 구제책이 연이어 시행되면서 카드 빚을 지고 있던 채무자가 속속 탕감 또는 면책을 받았다. 카드 빚 받기가 점점 어렵게 되면서 카드 부실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오렌지원유동화전문회사(SPC)는 2003년 원금잔액의 23.3%에 매입했던 부실채권을 3년반 만에 잔액의 3.3%에 매각했다.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2조390억원의 부실채권의 시장가치도 크게 하락해 매입 당시 가치는 3,690억원이지만 현재 시세는 672억원 안팎이다. 평가손실만 3,020억원이다. 한 신용정보회사 관계자는 “파산 신청자 채무의 절반 이상이 카드 채권”이라며 “파산 신청자가 올해도 계속 늘어난다면 론스타가 보유한 부실채권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론스타가 잔여 카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평가손실뿐만 아니라 역마진 폭도 커지고 있다. 론스타는 부실채권 인수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제우스SPC가 발행한 사채A는 1,900억원 규모로 금리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에 2.5%를 더한 수준. 사채B는 1,107억원으로 연 17%의 이자를 지급한다. 채권 회수율이 떨어지면서 부실채권에서 거둬들인 돈 중에서 채권추심 수수료와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사모사채 이자를 지급할 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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