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질병 건보료 지급해야"
서울행정법원 첫 판결…확정땐 年 수조원 부담
최인철 송대웅 김규남 kyu@sed.co.kr
‘비만치료도 건강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상급 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될 경우 매년 급증하고 있는 비만치료 비용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져 연간 수조원의 추가적인 보험료 발생에 따른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비만도 질병, 건보료 지급해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승영 부장판사)는 1일 요양급여비용 부당 청구 등의 이유로 업무정지와 요양급여 비용 환수처분을 받은 비만전문병원 의사 윤모(43)씨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도 일부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학적으로 비만이 매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해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은 장기적인 투병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만은 질병”이라며 “지방흡입술 등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만치료도 요양급여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윤씨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명을 허위 기재해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 받은 것은 ‘부당한 방법’에 해당돼 이 부분에 대한 환수처분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씨는 지난 2002년 11월부터 1년 동안 단순 비만 진료를 하고도 위염ㆍ빈혈 등의 병명을 기재해 진찰료ㆍ검사료 등을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비용으로 청구하고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적용대상 의약품을 처방, 약제비를 요양급여 비용으로 받게 하다 적발돼 업무정지 1년과 2,100만여원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받았다.
◇“연간 2조원 더 든다” 비만대란 후폭풍= 법원이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치료비용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비만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시 지난해 기준 연간 2조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보험재정 악화 등의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비만기준에 대한 의학적 논란과 함께, 정부와 의사ㆍ약사 등 이해당사자간 공방도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매년 40만명 이상의 성인 비만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중 체질량지수가 30을 넘는 고도비만 환자는 3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체질량지수가 25이상 되는 과체중(비만전단계) 성인의 수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성인인구의 30%정도가 비만 또는 과체중인 셈이다. 소아 및 청소년의 비만율도 가파르게 상승해 1998년에 비해 2005년 현재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남아 7.2%에서 15.4%, 여아 8.7%에서 15.9%로 늘었다.
하지만 그 동안 비만치료 자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급여로 인정해 준 적은 단 한건도 없고 의료기관에서도 비만치료로 급여를 청구한 사례도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비만으로 발생한 진료비와 소득손실 등 직ㆍ간접비용이 2조1,000억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이었다는 점과 비만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ㆍ당뇨병 발생위험도가 높아지는 등 비만이 만성질환의 이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해 비만치료와 관련해 건강보험과 연계될 수 있는 의료비용은 연간 최소 2조원 이상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야기,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관계자는 “비만치료의 경우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고 있다”며 “적용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 등은 판결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 후 항소할 방침이다.
입력시간 : 2007/08/01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