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원회)가 북한당국을 대신해 각종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어 그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있다.북한정부 공식기구도 아닌 「아·태위원회」가 남측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남사업과 대외사업을 총괄·조정하는등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외형적으로 반관반민(半官半民), 실질적으로는 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체제의 북한의 공식 「대외창구」이자 金국방위원장의 대리인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94년 출범한 아·태위원회가 북한내 실세부서이자 「대외창구」로 부상한 것은 금강산관광사업및 종합개발계약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간의 면담이 이루어진 다음부터이다.
올해초 김정우(金正宇)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후 급부상한 아·태위원회는 현대와 통일그룹의 금강산관광과 개발사업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그룹과 10억달러상당의 대북투자계획을 약속하는등 북한과의 경협사업은 곧 아·태위원회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특히 대남관계 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공식·비공식 교섭도 아·태위원회가 맡고 있어 위원회가 단순한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태위원회를 바라보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않다.
정부 공식기구도 아니면서 실질적으로 외교부 역할을 맡고있는 아·태위원회에 대해 정부의 대응방안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내에서는 기본적으로 민간단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대외조직은 상식적으로 이해해서는 안되고 책임자가 누구인가를 봐야 한다』며 『아·태위원회를 알기 위해서는 김용순(金容淳)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그 여동생인 김경희(金京姬)의 후원을 받고 있는 金위원장은 북한내에서 드문 국제통으로 협상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일성대학을 나와 이집트대사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엘리트인 金위원장은 아·태위원장직과 함께 북한내 대남사업담당부서를 총괄책임지는 노동당 대남담당비서를 92년부터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91년 허담(許錟) 사망이후 공석이었던 대남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남북경협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아·태위원장인 金위원장이 실질적인 대남사업 총책임자가 됨으로써 북한의 대남정책은 남북경협확대와 교류협력단계로 진전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아·태위원회가 북한의 「남한 민간분리정책」의 연장선장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북한의 제한된 개방정책의 일환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적지않다.【장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