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그룹 지원 산은이 마지막 보루

■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내정자 인터뷰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내정자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의 국정철학 불합치나 낙하산 문제에 관해서도 "제가 처음으로 정확히 말씀을 드린다"며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지금까지 언론과 접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정식 취임을 하지 않아 뒤에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산은, STX 등 기업 지원…"민영화보다 정책금융 역할 우선 충실해야"

홍 내정자는 "산은이 이제는 정책금융만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좋았을 때는 산은 민영화도 시도해볼 만했지만 지금은 정책금융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STX도 있지만 지금 굉장히 위기에 처한 그룹을 누군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산은밖에 없다"며 "정책금융공사는 업력이 짧은 데 비해 산은은 기업금융을 계속해와 전문인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민영화 문제와 관련, "새 정부에서 산은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된 것 아니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 산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당장 찾아야 한다"고 밝혀 산은의 새로운 비전 만들기에 곧바로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이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의 재편 문제로 연결됐다. 그는 정책금융공사와의 재 합병을 포함한 재편과 관련, "정책금융공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앞으로 금융위원회 등과 작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림을 다시 그렸을 때 어떻게 해야 정책금융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은의 영업 전략 전반 수술 예고

같은 줄기에서 강만수 전 회장 시절 산은의 핵심이자 민영화의 핵심 전략이고 리테일(소매금융)의 무기였던 다이렉트뱅킹과 관련, "산은이 리테일 부분의 비용 문제 때문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지 일일이 처음부터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강 전 회장의 영업 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규개위 발언 사실 아냐

홍 내정자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참석해 정부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사외이사 부분에 반대했다는 문제제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홍 내정자는 지난해 2월과 3월 규개위 회의에서 "상식 수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으며 이런 규제가 금융선진화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당 발언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것이고 그게 누군지도 안다"며 "회의에서 언급한 것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는 대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때부터 3% 이상의 지분행사를 못하게 돼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홍 내정자가 과거 금산분리 완화주장을 펴 지금의 정부 정책과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새 정부 공약을 만드는 데 상당 부분 일조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 때 금산분리를 완화해봤는데 결과가 없어 다시 원래대로 하자는 게 본뜻"이라고 말했다. 홍 내정자는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수학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박 대통령 잘 알지 못해

학교 문제에 대해서도 답했다. 홍 내정자는 서강대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동문이다.

"박 대통령은 70학번이셨고 저는 71학번입니다. 대학 다닐 때 말을 나눠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서강대 출신인 처(전성빈 전 신한지주 사외이사)가 대통령과 상당히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본인도 말을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추측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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