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복궁 옆 호텔 건립 허용 추진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결정한 내용인데 서울시가 곧바로 반기를 드는 모습이어서 무상보육에 이어 정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1일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내부검토 결과 대한항공 소유인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는 북촌 등 문화적 가치가 높아 상업호텔보다는 공공개발이 필요한 곳으로 상업호텔 건립에는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호텔 건립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호텔 건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 시장은 올해 초 '대한항공 소유 부지에 호텔 건립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울의 미래를 위해 공익적인 활용방안을 찾아보라'고 실무자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알고 지내는 여러 지인들로부터도 해당 부지에 호텔 건립은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입장 선회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일부 시민단체들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해 호텔신축 불허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반대가 이어지면 정부 계획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도심 내 관광호텔 수요가 늘고 있지만 러브호텔과 같은 유해시설도 아닌 상업호텔을 학교 주변에 건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최근 규제완화를 결정했다.
그러나 공익시설로 개발해야 된다는 서울시와 갈등이 증폭되면 이 같은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실제 서울시는 관련법 개정이나 해당 교육청의 재심사를 거쳐 대한항공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하더라도 주민의견 청취와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모두 거쳐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미 해당 부지를 매입해 공공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부지를 사들이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재정과 투자여건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부가 매입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로 활용하도록 하는 게 차선책이라고 결론 짓고 이를 정부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힘 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많이 상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부지매입을 요청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가 감정싸움을 하는 틈바구니 속에서 호텔 신축을 위해 부지를 매입한 대한항공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