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기면병의 실체 조명


‘잠이 많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잠보 혹은 잠꾸러기에 대한 사전적 설명이다. 잠을 많이 자면 소가 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에서 잠보에 대한 시각은 썩 좋지 않다. 게으른 사람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잠이 많은 게 단순히 습관이 아닌 병이라면 어떻게 될까.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잠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20일 오후10시55분에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자는 사람들을 통해 이른바 기면병의 실체를 살펴본다. 농사일을 하고 있는 27살의 청년 조병문 씨. 그는 길을 가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졸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봇대에 부딪치거나 차도의 중앙성에 서 있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잠에서 깨기 위해 세수도 해보고 막대기로 등을 세게 쳐봐도 그 때뿐이다. 어느 새 다시 졸게 된다는 조 씨. 한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조헌재 군. 그는 졸음도 졸음이지만 졸음과 함께 발작도 일으킨다. 헌재는 친구들과 얘기 도중에도 종종 발작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그러다가도 몇 분 후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는 헌재. 그는 웃거나 흥분하면 갑자기 힘이 풀려 몸을 가눌 수 없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오는 것이 일종의 질병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최소 25,000명 많게는 80,000명 정도의 기면병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뿐만아니라 의사들조차 기면병의 실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제작진은 기면병 환자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도 알아본다. 제작을 담당한 박상욱 PD는 “기면병 환자들이 계속 잠이 오는 게 병인 줄도 모르고 자신이 게으른 줄로만 알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해왔다”며 “이들이 조기에 올바른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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