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FTA와 환경주권

1년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이 타결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서명이 이뤄진 지 125년, 한미우호통상항해조약이 발효된 지 50년째 되는 해에 체결된 한미 FTA는 과거의 조약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양국의 협상 자세와 그 내용일 것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은 우리의 주권적 권리 침해를 감내하면서 마지못해 체결한 불평등 조약이었으나, 이번 한미 FTA는 오랜 내부 검토와 대책을 마련한 끝에 우리의 필요에 따라 체결한 평등 조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비판으로 한미 FTA 역시 과거의 조약과 같이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ㆍ국가소송제’와 ‘이행의무 부과 금지’ 규정의 신설로 우리나라는 정당한 환경정책이라 해도 미국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수립ㆍ집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FTA가 본질적으로 무역적ㆍ산업적 이득을 위한 것이므로 환경은 경제논리에 묻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양국은 환경주권을 지키기 위한 보호조항을 협정문 곳곳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한미 FTA 환경 협상의 결과물인 환경협정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국내 환경보호 수준, 환경정책 우선순위 책정권, 환경법 및 정책 제ㆍ개정권 등은 각 당사국에 있다.” 즉 환경정책에 대한 권한은 각국이 갖는다는 것으로 환경정책의 주권성을 천명하고 있다. 또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해 환경 기준이 완화돼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규정해 경제논리에 의한 환경 희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투자협정문에서는 환경주권 보호를 위한 조항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투자자ㆍ국가소송제’와 ‘이행의무 부과 금지’에 대한 예외 조항이다. 우선 투자자ㆍ국가소송제를 살펴보면 일부에서는 ‘메탈클래드 대 멕시코 정부’ 사건 등을 인용하며 외국 투자자가 우리 정부의 정당한 환경 규제정책에 대해 간접적 수용이라는 이유로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해폐기물 처리 업체인 메탈클래드사는 멕시코 중앙정부의 매립장 건축 허가를 받고 건설을 완료했으나 지방정부가 허가를 취소하고 매립장 주변을 선인장 보호를 위한 생태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메탈클래드사는 멕시코 정부에 약 1,600만달러의 보상을 청구했고 국제중재부는 메탈클래드사의 합리적 기대가 침해됐다며 보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환경적 고려가 미흡했던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시절의 문제이다. 이번 한미 FTA에서는 ‘정당한 환경정책은 간접적 수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규정해 외국 투자자의 남소로부터 환경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동 조항이 투자협정문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제2의 메탈클래드 사건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자ㆍ국가소송제’와 유사하게 ‘이행의무 부과 금지 원칙’에 대해서도 환경주권 보호를 위한 조항을 두고 있다. 이행의무 부과 금지란 자국의 산업 및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산품 사용 강제 등의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정부정책을 어느 정도 구속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서는 ‘환경적으로 필요한 경우 동 원칙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해 자원재활용 의무, 저공해자동차 보급의무 등과 같이 환경보호를 위한 이행의무는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양국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경주권을 투자논리로부터 보호하는 법적 장치 마련에 애써왔다. 한미 FTA가 체결된 이 시점에서 향후 중요한 사항은 과학적 필요성에 근거한 정당하고 적법한 환경정책의 운영 문제라고 본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 FTA가 환경보호 수준을 제고하고 환경법의 효과적인 집행 및 대중참여제도 등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또 환경친화적인 기술과 정보, 환경투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촉진으로 환경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시장이 커짐에 따라 국내 환경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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