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서 생활로] 단말기만 있으면 쇼핑·학습·집안일 多통한다

'BEYOND IT' (1부-1) 모든 것이 하나로
이통망 활용해 아르바이트·은행업무 '척척'
안방서도 3D·아이맥스급 영화 시청 가능


회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기러기 아빠 K씨. 양복을 벗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힌 채 천장을 향해 휴대폰을 켠다. 그러자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과 아내가 현지에서 찍은 동영상이 천장에 가득히 나타나 K씨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의 모습이다. 정보기술(IT)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단지 기술일 뿐이라고, 그래서 '꿈의 기술'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이제는 생활 그 자체가 됐다. ◇단말기 하나면 모든 것이 OK="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TV로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홍채령 목포 안좌초등학교 학생) "서울 선생님이 함께하니 실력도 같아질 수 있을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 지난해 12월12일 서울 COEX 전시장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과 한 초등학생의 영상대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화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집 안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를 통해 이뤄졌다. 인터넷TV(IPTV)를 통해 TV가 영상전화 단말기로 변한 것이다. IT의 발전은 과거에 상상으로만 여겼던 것들을 현실화시켜주고 있다. TV만 해도 그렇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TV는 그냥 '바보상자'였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기술이 생활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과거에는 방송사에서 보여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보기만 했지만 이제는 TV를 보면서 채팅과 쇼핑을 할 수 있고 원하는 비디오 프로그램을 주문할 수도 있다. TV가 만능 상자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TV만 변한 게 아니다. 전화기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귀에 이어폰을 꼽고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DMB로 TV를 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기능이 1,000만화소까지 올라서면서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이 됐다. 윤경림 KT 미디어본부 상무는 "컨버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휴대폰이든 TV든 이제는 단말기 하나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라며 "이제 단말기는 그냥 단말기가 아니라 종합 멀티미디어기기"라고 강조했다 ◇멀티라이프 시대의 도래=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두고 있는 전업주부 이모씨(39). 이씨는 요즘 종교단체에서 신문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이전에 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의 영어학습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집안에 헬스기구를 갖다 놓고 건강도 챙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이씨의 하루는 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종교신문을 만드는 일은 초고속인터넷이 연결된 PC를 통해 해결하고 공과금이나 아들의 급식비 등은 이동통신망의 도움을 받는다. 또 학생들과의 영어 대화는 PC에 설치된 화상 캠코더로 이뤄진다. 멀티미디어기기 덕분에 집안에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1인 다역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속도는 PC통신과 초고속인터넷, 광가입자망(FTTH)에 이르며 급속히 발전했다. 과거에는 음악 한 곡을 다운 받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불과 2~3초면 족하다. 이동통신도 2세대(G)에서 3G로 발전하면서 고속접속(HSPA)이라는 기술을 통해 이전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졌다. 휴대폰이 만능 단말기가 된 것도 이러한 통신망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단말기의 진화가 멀티미디어의 발전을 가져왔다면 네트워크의 발전은 멀티라이프를 실현시킨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통신기술의 발전은 사용자로 하여금 멀티플레플이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멀티테크와 멀티라이프의 결합은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화ㆍ기술공유 등 협력 절실=하지만 이러한 생활혁명은 여기가 종착역이 아니다. 아직도 무궁한 발전의 궤도를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은 또 어떻게 바뀔까. 손상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방송통신 융합 초기 시장은 점차 지능형 통신서비스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컴퓨터그래픽, 버추얼리얼리티(VR) 기술이 적용된 실감형 입체영상과 양방향 매체 배갈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술발전을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3D영화나 아이맥스(IMAX)급 영화를 집안에서 볼 수 있을 것은 물론 휴대폰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통신망 중장기 발전계획(안)'도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2013년에는 음성전화와 인터넷ㆍ방송 등이 결합된 다중 융합서비스와 풀(Full) 고화질(HD)TV에 비해 4배에서 16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 다채널의 리치미디어(UDTV), 3DTV 등이 출현할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통신서비스ㆍ전자ㆍIT서비스ㆍ인터넷서비스 등 IT 전업계가 공동협력체계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술표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IT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만들기 위해 표준화를 이루고 기술을 공유하는 협력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IT는 사실 기업보다는 국민 전체의 재산"이라며 "IT를 SOC처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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