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 '젊은피' 앞세워 부활 신호탄

침체에 빠졌던 여자 배구가 높이와 힘을 갖춘신진 선수들의 출현으로 힘찬 부활을 예고했다. 변화의 조짐은 올해의 마지막 국제 대회인 2005 그랜드챔피언스컵대회에서 감지됐다. 김형실(KT&G)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에서 폐막된 이 대회에서 1승4패의 성적을 올려 일본, 폴란드와 승패 동률을 이뤘으나 세트 득실률에서 밀려 출전국 6개 가운데 6위에 머물렀다. 비록 성적은 최하위였지만 브라질, 미국, 중국, 폴란드 등 각 대륙별 우승국이출전한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유럽 챔피언 폴란드를 꺾는 파란을 연출한 것을 비롯해 매 게임마다 모처럼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던졌다. 당초 체격 조건이 비슷한 일본 정도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대표팀이 김연경,황연주, 한송이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을 앞세워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며 값진 1승을 엮어낸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 등 30대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로 좌표를 잃었던 여자 배구가 대형 신예들의 출현으로 세대 교체에 연착륙했다는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센터 정대영(현대건설), 레프트 김연경(한일전산여고), 한송이(도로공사), 김민지(GS칼텍스), 라이트 황연주(흥국생명) 등으로 짜여진 대표팀의 공격 라인은평균 신장 180㎝ 중반의 높이에 파워까지 겸비해 앞으로 주전 세터와 손발만 제대로맞춘다면 유럽과 남미와 비교해도 떨어질 것이 없다는 기대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소녀 거포' 김연경(한일전산여고)의 혜성같은 등장. 흥국생명으로 진로가 확정된 여고생 김연경은 국제 대회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않을 정도로 과감한 플레이와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단숨에 여자 배구의 '대들보'로자리 매김하며 대형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연경은 걸출한 공격수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에서 셰일라 카스트루(95득점,브라질), 낸시 메카프(85득점, 미국)에 이어 득점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현지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실업 2년차 황연주도 힘이 넘치는 대포알 서브로 서브 부문 6위에 이름을 올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구기 종목 가운데 올림픽 메달에 가장 근접한 종목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부활의 서곡은 울려 퍼졌으니 배구계가 모처럼 나타난 재목들을 잘 다듬어 몬트리올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