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현금을 만들어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황이 이어지자 부동산 등 돈이 되는 자산은 무엇이든 시장에 내놓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던 기업들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마저 불거지자 자구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꽁꽁 얼어붙어버린 금융시장 상황 때문에 자산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해당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4만평에 달하는 안양사업장을 경북 구미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LS전선은 10월 중 구미시와 공장 이전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내년 12월 전까지 구미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LS전선의 한 관계자는 “안양공장 부지를 정리하면 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지난 7월 북미 최대 전선 회사인 슈피리어에식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을 통해 7억4,600만달러(약 8,900억원)를 차입했으며 이번 공장 이전 방침은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숨통 트기’ 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부산 밀레오레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호는 대우건설ㆍ대한통운 등 굵직한 M&A를 성공시켰지만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알짜 자산들을 내놓은 상태다.
C&그룹은 현재 거제 지역에 17만3,313㎡의 조선소 부지를 갖고 있는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C&그룹은 이와 함께 지주회사 격인 C&우방ㆍC&한강랜드ㆍC&조선해양 등의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급한 불을 끄려고 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매각이 이뤄진 자산은 없다”며 난감해 했다. C&그룹의 계열사인 C&상선도 진도에프앤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렬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 돈줄도 말랐다. 은행들이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는 등 자금줄을 조이고 나선데다 일부 회사는 기업어음 발행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돈 나올 데가 없다”며 “자산 매각도 쉽지 않고 은행 대출도 어려워 대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