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18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경남ㆍ광주은행의 분리 매각에 대한 질문에 "(경남ㆍ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의) 분리 매각이 가능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일괄 매각을 고집했던 금융 당국이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분리 매각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 표를 의식해 분리 매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빠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장 신 위원장은 8일 한 토론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6월 말 발표하겠다는 일정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핵심 관건이 있다. 분리 매각의 열쇠인 지방은행과 관련, '지역 정서'와 이를 등에 업은 '정치색'을 넘을 수 있을지다. 지방은행의 새 주인으로는 다른 지방은행이 우선 거론되는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과거 병행 매각 때도 지역 정서가 발목=우리금융 민영화에 관여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빠른 민영화를 위해서는 지방은행 분리 매각을 해야 하지만 정치색이 관건"이라며 "경남 쪽에서는 대구은행이 주인이 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광주에서도 전북은행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역 정서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소위 'PK(부산ㆍ경남)'에서는 'TK(대구ㆍ경북)' 은행이 경남은행을 가져가는 것을 놔둘 수 없고 전남 측에서는 전북은행이 지역은행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PK에서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는 각각 다르게 생각한다.
실제 2010년 우리금융그룹과 광주은행ㆍ경남은행 세 곳을 나눠 입찰을 받았을 때 광주은행에는 광주상공회의소가, 경남은행에는 경남 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당시 유효경쟁이 안된다며 예비 입찰도 하지 않고 매각이 무산되자 가장 많이 반발한 것도 이들이었다. 해당 지역에서 스스로 지방은행을 인수하겠다고 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하다는 뜻이다. 2011년과 2012년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 때는 일괄 매각 방식을 택해 지방은행을 바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행 매각에는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하고 이 때문에 대구은행에 광주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라고 권유했을 정도"라며 "이를 넘지 못하면 지방은행 분리 매각은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2010년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할 때 대구은행이 지방 금융지주사를 만들고 그 밑에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매각 흥행 경남, 광주는 인기 없어=문제는 또 있다. 경남은행은 인기가 많은데 광주은행은 마땅히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2010년에 지역 상공회의소 외에도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칼라일과 매쿼리가 LOI를 냈다.
하지만 광주은행은 유력 후보인 전북은행을 빼고는 마땅히 살만한 데가 없다. 이마저도 전북은행에 대한 거부감과 전북은행의 자금 동원력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남은 사겠다는 데가 많지만 광주는 마땅히 살 곳이 없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