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약속의 절반은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기업들이 이 같은 여건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 1년을 맞는 조석래(사진) 회장의 얼굴에는 요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전경련 회장단회의나 총회 등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조 회장은 표정이 밝고 걸음걸이도 기운차다. 7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목소리도 우렁차다. 한마디로 신이 난 모습이다. 무엇이 조 회장을 신명나게 했을까.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과 관련이 깊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20일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주력해왔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투자도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최근의 투자부진과 관련해 “돈은 겁쟁이다. 연못에 조약돌을 던지면 물고기가 달아나듯이 조금만 여건이 안 좋아도 돈은 달아난다”며 규제개혁 등 투자여건 개선에 매달려왔다. 새 정부 출범으로 조 회장의 이 같은 소망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들의 불편을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며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9일 만인 지난해 12월28일 전경련을 전격 방문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핵심 규제 완화방침을 밝혔다. 조 회장은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이렇게 기쁜 날이 없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임인 강신호 회장의 후임 선출을 둘러싼 잡음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취임했던 조 회장은 밖으로는 전경련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에 나서는 등 숨가쁜 1년을 보냈다. 그는 ‘전경련이 재벌만을 위한 단체는 아니다’라는 기본틀 속에서 회장단회의 운영방식을 과거와 다르게 했다. 조 회장은 회장단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대기업 회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회장단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조 회장은 또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에도 한몫을 했다. 지난 1년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싱크탱크’다운 정책제안을 해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과 기후변화협약 등 그동안 전경련의 힘이 미치지 못했던 현안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새 정부와의 합리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 “차기 대통령은 경제제일주의를 펴는 ‘경제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사돈인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었다. 조 회장은 앞으로의 활동과 관련해 “기업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선 만큼 올해에는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들이 윤리경영, 투명경영,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