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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 쿤스트할미술관에서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폴 고갱 등 유명화가의 그림 7점이 전시 도중 도난 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돈 주고도 못 살 이 작품들의 가치는 1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같은 대규모 작품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원로작가 김구림이 바로 그 피해자였다. 지난 4월 2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에 위치한 화실에 출근한 작가는 창고 2층에서 작품 20여 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없어진 작품은 2003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제작된 아크릴 회화 '음양(陰陽)' 시리즈들로 시장 거래가 유리한 40호 크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보다 더 큰 대형 그림은 액자에서 뜯어낸 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김구림 작가의 40호 크기 작품은 2,500만원 안팎에 거래되기 때문에 이들 작품의 시가는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즉시 양주경찰서에 신고한 작가는 "화실 공간 중 유일하게 CCTV가 없는 창쪽으로 들어온 것이나 근처 CCTV를 망가뜨린 것으로 보면 화실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인 것 같다"라며 "도난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번 전시에 선보였을 텐데 안타까움이 크고, 이런 사건 때문에 공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돼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처럼 수억원대 규모의 그림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은 2년 전 '설악산 화가'로 유명한 김종학 화백의 강원도 내설악 작업실 도난 사건 이래 처음이다.
수사는 아직도 오리무중. 한국화랑협회가 회원 화랑들을 대상으로 긴급공문을 통해 '도난된 그림(장물)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고지해 둔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도난 당한 작품은 경매나 아트페어 같은 공개 시장이 아닌 암거래로 팔리거나 아예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작가에게 되돌아 올 확률은 10%도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이다. 은밀하게 여러 과정을 거쳐 거래되기 때문에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
김구림 작가의 경우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이 많아 경매에서는 자주 볼 수 없으나, 2000년대에 제작한 '음양'시리즈의 평면회화 작품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