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품질은 결국 농어업인이 해결해야"

무분별한 농식품 보조금은 되레 경쟁력 하락 부추겨
칠레 농식품기업 '아그로수퍼' 기예르모 사장


"한국은 농식품 분야에 자금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칠레는 정부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룰을 만들고 품질안정성 기준을 정하는 게 전부입니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칠레의 글로벌 농식품기업 아그로수퍼사의 기예르모 디아스 델 리오 사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농식품 보조금은 자칫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정부의 역할은 해외시장에서 나라마다 판매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정보 제공이면 충분하다"며 "서비스 품질은 결국 농어업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그로수퍼사는 국내에 수입되는 삼겹살의 최대 공급업체로 돼지고기ㆍ와인 등 다양한 농축수산식품을 세계 65개국에 수출하면서 연간 2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농식품기업이다. 다음은 기예르모 사장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어떤 영향이 있었나.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내수시장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출시장이 위축되면서 내수에 보다 집중했다. 우리보다는 같이 사업을 하는 현지 파트너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위기상황에서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고 파트너들을 도왔다. -칠레는 약 20여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시장을 개방했다. 한국 농식품업체에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칠레가 개방을 하고도 여러 나라와 경쟁해서 내수시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안전성, 브랜드 관리, 마케팅, 유통 등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한 끊임없는 혁신도 중요하다. 물론 칠레는 남북으로 5,000㎞나 되는 긴 나라여서 유통망 구축이 힘든 점은 우리에게 유리했다. 또 칠레는 동서남북이 다 막혀 있어 외부 질병에도 대단히 안전하다. -한ㆍ유럽연합(EU) FTA가 연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한국 시장 전략에 변화가 있는지. ▦FTA 여부를 떠나 우리의 전략은 경쟁이다.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나라지만 우리의 칠레 돈육시장 점유율은 1위다. 정책보다는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돼지고기가 약간의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가격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안전성이라고 본다. -아그로수퍼는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자체브랜드로 유통하고 있다. 농산물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요인은. ▦내수시장은 품목별로 서로 다른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시장은 한 가지 브랜드를 사용한다. 우리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문제가 생기면 이력을 추적해 해결함으로써 신뢰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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