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금 보유하고 계신 아파트부터 팔고 난 뒤 살 집을 알아보시죠. 현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집은 어디든 널려 있습니다." 최근 이사 계획을 세운 후 눈여겨본 지역의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 들린 회사원 김모(44)씨는 이런 충고 반 핀잔 반쯤의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동네 중개업소에서는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은 최근 한 달여간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취득세 감면 혜택이 이제 곧 끝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집을 전세로 내놓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주택매매 시장의 모습은 한 마디로 '거래 실종'이다. 4ㆍ1 부동산종합대책의 '약발'은 말 그대로 '깜짝 효과'로 끝나가는 모양새다. 그나마 취득세 감면 혜택과 무관한 분양시장은 인기 지역 물량이 잇따르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매매 시장에서는 온기를 찾을 수 없다.
매매 시장의 분위기는 '부동산 중개업자 10명 중 9명이 하반기 집값이 더 떨어지거나 보합세에 그칠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중개업소 961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10.1%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전 인수위 때부터 수개월간 공을 들여 발표한 대책이 한 달여 만에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고 하반기 전망까지 어두운 것으로 나타나자 건설업계는 물론 경제단체까지 나서 정부의 후속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반응은 얼어붙은 매매 시장만큼 냉랭하다.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 등 후속대책 여부에 대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정부는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는 느낌까지 받게 했다. 게다가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와 NLL 발언 진위 여부'로 여야가 맞붙는 6월 임시 국회에서도 주택시장 등 민생 입법 처리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 당국은 무엇보다 "거래가 실종돼 전망이 너무 어둡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그래야 뻔한 숫자를 들먹이며 4ㆍ1 대책의 효과를 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거나 후속 대책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