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영국의 경제학자 앵거스 매디슨의 연구에 따르면 1700년께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전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1700년대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서유럽 국가들에 뒤처지기 시작한다. 18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내려앉았고 1900년에는 19%로 수직 낙하했다.
기술혁신은 개인의 부를 폭발적으로 키우기도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영국의 1인당 연평균 GDP 증가율은 0.3%대에 불과했지만 산업혁명을 거치고 전화와 발전기 등이 발명되면서 1900년에는 1%까지 치솟는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후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미국은 컴퓨터 등을 발명하며 1950년대 1인당 GDP 증가율이 2.5%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 역시 경제성장에 있어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앞다퉈 강조하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해 한 대학 졸업 축하연설에서 "기술은 아직도 혁신될 여지가 많으며 기술혁신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리스턴대 교수도 저서 '경제학의 향연'에서 "기술의 끊임없는 진보야말로 생산성 향상의 주요 원천"이라고 밝혔다.
이에 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도 창조경제를 앞세워 또 다른 경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화하는 창조경제타운이 문을 열었으며 올 1월에는 재계 등 민간부문에서 30명, 정부에서 10명 등 총 40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창조경제추진단도 출범했다.
특히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 원동력으로 기술혁신을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도 4월 정책 포털인 '정책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창조경제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리 국민의 윤택한 미래를 앞당기는 희망의 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조경제 및 기술혁신의 추동력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되는 등 정부부처의 개편이 가속화하고 '관피아'를 없애는 것이 국정 최우선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구체적인 결실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3월 한국공학한림원이 회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구체적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35.8%에 달했다.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답변도 17.3%나 됐다. 지난해 9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벤처기업인 5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50.9%가 '창조경제 정책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21일부터 이틀간 서울 호텔신라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4'에서 창조경제가 다시 한번 추동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붓는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현재의 틀을 깨는 '창조' △기술·산업·문화를 한데 섞는 '융합' △미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발을 내딛는 '도전'을 내세운 것에 맞춰 3개 세션을 통해 각각의 분야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창조경제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벤트는 포럼 이틀째인 22일 '도전' 세션 연설자로 나서는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의 강연이다. 윤 차관은 정부의 창조경제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미래부의 입장에서 창조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기업 및 경제주체들은 정부가 그리는 창조경제의 그림을 숙지하고 이에 맞는 경영전략을 짤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첫번째 '창조' 세션에서는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창조경제와 기술혁신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오준호 KAIST 대외부총장 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장과 이기상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도 창조 세션에서 강연에 나선다.
'융합' 세션에서는 뉴즈성 중국 칭화대 정보과학기술원 부학장이 정보기술(IT)과 에너지 분야를 융합한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가 산업 간 융합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또 김성완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와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창조경제 및 기술혁신에 있어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도전' 세션에서는 윤 차관 외에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우리 경제의 미래가 기술혁신에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할 예정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