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싸움을 유도하다

싸움을 유도하다



제2회 BC카드배 준결승 ○ 김기용 5단 ● 이세돌 9단 (2010년 4월3일 한국기원) 이세돌이 복직 후에 가장 먼저 참가한 기전은 BC카드배였다. 정확히 말하면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이세돌이 64강전에서 만난 상대는 아마추어인 이주형 소년이었다. 이세돌은 고전 끝에 간신히 승리를 낚아올렸다. 이창호가 아마추어에게 패한 것이 바로 64강전이었다. 이세돌의 32강전 상대는 한국의 홍성지7단. 그 바둑은 거의 완승이었다. 16강전의 상대는 콩지에. 최근에 소개한 그 바둑인데 하마터면 패할 뻔한 위험한 승부였다. 8강전에서는 박영훈9단과 만났는데 그 바둑 역시 패배가 거의 확실했던 일전이었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이세돌은 줄기차게 승리를 건졌다. 기묘한 행운이 따라 주는 것 같았다. BC카드배 전속해설위원인 김만수7단은 말했다. “7개월 동안 공식 대국에 출전하지 못하고 지내면서 바둑에 대한 사랑이랄까 사모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쌓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위기를 번번히 잘 넘기고 무패 행진을 하는데 정말 마왕의 가호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김만수) 이세돌과 나란히 연승 행진을 벌이는 기사들이 있었다. 한국의 박정환, 김기용과 중국의 창하오였다. 김기용의 분전은 특히 돋보였다. 64강전에서 강동윤을 침몰시킨 그는 32강전에서 한웅규2단을 꺾었는데 그 바둑은 3패빅으로 끝날 운명이었던 터라 크게 주목을 받았다. 1986년생으로 송아지3총사보다 1년 연하인 김기용은 허장회도장 출신인데 시골영감 같은 수더분한 외모 때문에 입단 초기부터 ‘영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한웅규에 이어 박승현과 안조영을 제치고 이세돌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이세돌의 흑번. 백14는 참고도1의 흑1을 기다려 백2로 뛰겠다는 주문인데 이세돌이 그것을 눈치채고 흑15, 17로 싸움을 유도했다. 백18로 끊은 수는 절대. 참고도2의 백1로 받는 것은 흑2, 4로 눌려 백의 불만이다. 이세돌은 자신의 능기인 싸움바둑으로 만드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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