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재개되면 확성기 등을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리 측의 대북 심리전을 상당히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24일 '남조선의 역적패당에게 보내는 공개경고장'을 통해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다. 만약 우리의 정정당당한 대응에 도전해 나선다면 도발의 근원을 없애버리기 위한 보다 강한 물리적 타격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날 오후 1시11분 발표된 북측의 이런 입장은 이날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담화 후속 조치의 하나로 남북합의에 따라 6년간 중단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전선중부의 괴뢰 3보병사단 비무장지대 330헌병초소에 반공화국 심리전 구호가 출현했으며 심리전 방송 재개를 위해 확성기까지 새로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것은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 파기 행위이고 우리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며 북남 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는 중대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330헌병초소 건물벽에 새겨 놓은 대북 심리전 구호를 즉각 제거하고 범죄행위 가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군인들은 이런 도발 행위에 격분을 금치 못하면서 조준 격파사격으로 심리전 구호와 확성기 등 심리전 수단들을 통째로 날려보낼데 대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외교·남북관계를 망라하는 이번 대북 대응책 중에서도 심리전은 북한 측이 상당히 껄끄럽게 생각하는 조치다. 북한군의 사상적 기강을 흔들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최전선에 배치한 당 간부의 자식들까지 남측의 심리전으로 인해 사상적 기강이 무너지고 군 내부를 통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남북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실제 2004년 평북 룡천군 룡천역 폭발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 소식이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 측에 전달되자 북측의 군인이 고향에 있는 가족에 보내는 안부 편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가 걸린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