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정치권은 '여풍잠잠'

18대에 비해 6명 늘었지만 3선이상 중진 없어 질적 후퇴
상임위원장 등 요직 드물어
6·4지방선거 본선무대 밟는 시·도지사 후보도 없을 듯
주먹구구식 진출 제도 허물고 인재양성 등 장기적 접근 필요


여성 대통령 시대에 접어든 지 1년 반이 흘렀지만 정치권의 여풍은 오히려 잠잠하다. 다가올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로 본선 무대를 밟을 여성 후보는 '0명'일 가능성이 높다. 19대 하반기를 맞이하는 국회에서도 "18대에 비해 여성 의원 활동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다.

◇지방선거, 여성 시도지사 후보는 '0명'=두 달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거물급들이 결전을 치르는 광역단체장 선거를 위해 현재 뛰고 있는 여성 예비후보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서울시장) 단 한 명뿐이다. 출마 의사를 표했던 조배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지사), 김영선 전 의원(경기지사),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상임대표(서울시장) 등도 컷오프 등의 이유로 경선레이스에서 중도에 하차했다.

게다가 이 최고위원도 여권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경선에서 정몽준·김황식 후보를 뒤쫓는 형편이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본선무대를 밟는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는 전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달리 지난 2010년 열린 지방선거에 나선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는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 의원을 비롯해 3명이었다.

◇여성의원 활동도 저조…與, 재선이 최다선=국회에서도 여성 의원들의 활동은 질적으로 지난 국회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18대에 비해 여성 의원 수는 41명에서 47명으로 늘어났지만 초선 여성 의원 비율은 여전히 76%에 이른다. 집권당인 새누리당 소속 여성 다선 의원은 재선의 김을동·김희정 의원 두 명에 불과할 정도다. 자연히 당대표 등 주요 당직과 상임위원장 등 의회 요직을 맡는 여성이 드물 수밖에 없다.

반면 18대 국회에서 여풍은 훨씬 두드러졌다. 여당에서는 당시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선·전재희 등 다선 의원 그룹이 존재했으며 야당에서도 추미애·이미경 의원 등이 존재감을 빛냈다.

새누리당의 한 여성 의원은 "의회 안에서 같은 위치에 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활동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데 같은 위치에 있는 여성 의원 자체가 드문 게 문제"라며 "여성 의원들 대다수가 비례대표 초선의 정치 신인으로 구성돼 중진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적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여성 배려, 오히려 반발만 불러=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여성의 설 자리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지방의회 의원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을 후보자로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등 정당 차원에서도 여성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도입한 '여성우선공천 지역'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정치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우선공천지역을 선정해 선출직 여성 비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당이 고민 없이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을 때 주먹구구식으로 공천자를 선정하고 지역을 선정하다 보니 여성 배려를 위한 제도는 늘 지도부 입맛에 맞춘 '주먹구구식' '계파 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는 형편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우선공천시 적합한 여성이 있을 때 지역을 선택해야지, 뽑기 뽑듯 지역을 선정해 오히려 여성 정치인 전체가 비난을 받는 식이 되는 것이 아쉽다"며 "이런 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면 당연히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당, 인재 양성, 제도 마련 병행해야=전문가들과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의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기 위해 정당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여성 정치인 재목을 발굴하고 육성해 인력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무조건 여성 공천을 해야 한다고 하면 결국 숫자만 채우는 결과가 나타난다"며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이 여성정치아카데미를 설치하고 예비 여성 정치인을 키우는 등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례대표 등의 제도를 통해 한번 정치권에 진입한 여성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당직 배분, 정치자금 모금 등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현 정치 상황에서 여성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정당이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일정 부분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후원해준다거나 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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