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반독점 글로벌화 주목해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담합으로 부과 받은 벌금이 무려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각국 정부가 반독점 단속 대상을 국외로 넓히는 이른바 역외적용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이 활발해 각국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반독점법의 글로벌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다양한 형태의 반독점법을 채택하고 시행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2008년부터 반독점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강대국들이 자국의 반독점법을 외국 기업에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면 외국 기업이더라도 자국의 반독점법 적용 대상으로 본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반독점법 확대 적용은 유럽을 넘어 이제 중국ㆍ일본 등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D램 국제담합 혐의로 국내 전자업체들이 미국에서 5억달러, 유럽에서 3억유로에 이르는 벌금을 냈다. LCD 담합, 국제 항공화물운송 담합으로도 수억달러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글로벌 담합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국제 카르텔에 가담한 20개국 46개 글로벌 사업자들이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2010년에는 세계 2, 3위 철광석 업체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가 합병하려는 것을 국내 산업 피해가 우려되니 불이익을 주겠다고 중국ㆍ일본 정부와 함께 경고해 무산시킨 바 있다.

세계적으로 역외반독점 적용이 강화되는 추세에서는 무조건 몸조심을 해야 한다. 우리 기업 관계자들 간의 일상적 회동도 담합판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적발된 담합행위가 수출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해당 수입국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외국 기업과의 일반적인 협력도 혐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협력관계를 중국 당국이 담합으로 걸어 조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비상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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