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기어, 금동보살상 등 한국 불교 유물 뷰티풀"

자승 스님과 환담

"스님들이 선방에서 깨달음을 추구하지만 사실 깨달음은 온전히 그대로 우리에게 있는 것이죠."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은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62)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환담하며 30여년간 불교 수행자의 길을 걸어온 내공을 과시했다. 기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삼아 수행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티베트 독립 지원, 에이즈 예방ㆍ퇴치운동에도 앞장서왔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는 조계사 대웅전에 들어가 절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서원을 적는 원적부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아내가 도자기를 만든다"고 소개했으며 부인인 케리 로웰은 연꽃 모양의 도자기 향로를 보면서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을 연발했다. 또 선물로 받은 염주를 팔에 끼우며 "염주 알이 몇 개냐"고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자승 스님이 기어가 주연한 영화 '하치이야기'에 대해 "불교의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하자 기어는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워하면서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감동 깊어 마치 아기처럼 울었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과 환담을 마친 그는 불교중앙박물관장인 흥선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불교중앙박물관을 둘러봤다. 금동관음보살상을 본 그는 "뷰티풀"을 외쳤으며 '초조본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이 11세기 최초로 만들어진 대장경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처음 만들어진 것이냐. 와우(wow), 와우"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불교 유물들을 둘러보면서 "중국ㆍ티베트 탱화와 한국 탱화가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다르냐" "얼마나 오래됐냐" "언제 만들어졌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오는 7월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사진전 '순례의 길' 행사 일정에 맞춰 가족과 함께 방한한 기어는 22일 오후3시 사진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고 23일 경남 양산 통도사와 대구 동화사, 24일 서울 인사동과 비원 등을 둘러본 뒤 25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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