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아담한 공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느낌입니다.” 서울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달리다 서해안고속도로 진입 직전 경기 안양 가는 쪽으로 빠져나와 경부고속철도 광명역 방향으로 300여m 정도 가면 새로 지은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 금호어울림의 집들이가 한창이다. 16일 입주가 시작된 소하동 금호어울림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단지 곳곳에 작품성을 갖는 공간연출이 이뤄져 입주 초기부터 주목받고 있다. 인근의 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들까지 소하동 금호어울림을 구경하기 위해 다녀갔을 정도이다. 소하동 금호어울림은 옛 시흥아파트 자리에 지상 23층짜리 3개동 총 406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파트는 우선 앞뒤로 탁 트여 있다. 용적률이 비교적 높은 319%이지만 용적률 200%선에서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을 준다고 입주민들과 관람객들은 입을 모은다. 입주민 김모(43ㆍ주부)씨는 “사는데 별다른 답답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햇볕도 잘 들어오고 앞쪽으로는 청계산, 뒤쪽으로는 안양천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높은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조경과 효율적인 단지배치에 따른 것이다. 단지내 약 500평 정도의 중앙공원과 약 250m 길이의 산책로에는 정자(亭子) 등 편의시설이 다양한 수목과 어우러져 있다. 특히 단지 곳곳에 수령이 200년 된 산수유를 비롯해 수령 50년이 넘은 소나무ㆍ홍단풍 등 1,000만원이 넘는 나무만 20그루나 식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필로티 구조로 설계된 3개 동이 일(-)자형태로 배치돼 입구에서 보면 1층이 뻥 뚫려 있어 동선(動線)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필로티는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땅에서 기둥으로 들어올려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켜 만들어지는 공간 또는 그 기둥부분을 말한다. 소하동 금호어울림의 필로티에 들어서면 고급스런 갤러리 분위기가 난다. 필로티 공간에는 아프리카산 석재로 만든 값비싼 조각품들이 놓여져 있고 밤이 되면 필로티 기둥에 달려 있는 고풍스런 여러 개의 등(燈)에 불이 켜져 마치 오래된 성(城)에 들어온 느낌울 받는다. 박등진 금호건설 현장소장은 “아파트 내부 평면과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조경과 외관도 시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지내 시설물에 많이 신경을 썼다”며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게 건축됐다는 평가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광명역 역세권 호재 등에 따라 지난 2003년 분양 당시 순위내 청약을 마감했던 이 아파트의 시세는 주민들의 기대만큼 많이 오르지는 못했다. 32평형의 경우 3억3,000만~3억4,000만원으로 일반분양가가 약 3억5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웃돈이 약간 붙었다. 하지만 등기비 1,200만원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시세가 올랐다고 볼 수 없다. 우림필유(218가구ㆍ지난해 입주)와 동양메이저2차(763가구ㆍ2003년 입주) 등 새 아파트가 많지 않은 이곳은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이 떨어진 하안주공 본 1단지와 철산주공 2ㆍ3단지의 이주가 시작돼 매매보다는 전세수요가 많은 편이다. 재건축단지 입주자들이 주로 서민층이어서 작은 평수의 전세인기가 높다. 인근 어울림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3평형 전세값이 1억3,000만원 정도”라며 “그 나마도 집 주인들이 신혼부부만 골라서 전세를 놓을 정도로 전세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 아파트 시세는 이용객이 적어 축소운영이 검토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의 활성화와 주변 주거환경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명시는 현재 이 아파트 단지 맞은 편에 주택 5,000여가구(올해 분양예정)를 짓는 택지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