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부도’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앞으로 열흘 후에 국채 보유자들에게 만기채권을 결제하지 못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미 의회가 부시 행정부의 재정 절감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무작정 한도를 늘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국가부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다음주에 재정부채가 현재 법정 한도인 8조1,840억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커 사상 초유의 디폴트 상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관계자들은 “오는 24일이면 재정부채가 한계에 달해 국채 보유자들에게 상환을 해주지 못하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 부도 위기 상황에서 ‘쌍둥이 적자’(무역ㆍ재정수지 적자)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지난 2월 연방적자 규모가 1,192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이라크 전비 및 의료보험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카트리나 복구비용까지 연방 예산에 책정돼 있어 적자 규모가 지난 해보다 1,000억달러 늘어난 4,23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국가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이번 주 안으로 미 의회가 부채 한도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번 주말을 기해 미 의회가 춘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주 예정된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정부 부채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왔지만,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의회는 즉시 한도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미 정부는 그 동안 연방 공무원연금과 환율안정기금(ESF)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자금을 끌어다 쓰며 부채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3월 중순을 기해 현금 동원력이 소진된 상황이다. 그러나 미 하원에서는 이미 재정부채 한도를 7,810억달러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부시 행정부가 예산 절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채 한도를 늘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재정지출액만큼 예산을 절감하는 등의 조건을 붙인 수정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법안이 새로 마련될 경우 하원에서 재심의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랜달 콸스 미국 재무차관은 13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은행컨퍼런스에서 “미 의회가 재정부채 한도를 올리는 법률을 통과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