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월11일 중국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게 경기 시작 13초 만에 발목 잡아메치기 한판으로 패한 왕기춘(24ㆍ포항시청)은 한동안 매트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8강 경기 중 왼쪽 갈비뼈가 부러지면서도 결승까지 올랐지만 통한의 패배를 당했던 그다.
그 후 4년. 왕기춘은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뜨거운 땀방울을 매트에 흘렸다.
업어치기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한 그는 지난해 1월 국제유도연맹(IJF) 월드마스터스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 아부다비 그랑프리, 코리아월드컵, 칭다오 그랑프리 등 총 5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또 올해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2연패를 달성한 그는 4월에도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당당히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4년을 기다린 왕기춘이 드디어 3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그리니치아레나에서 '금빛 메치기'에 나선다. 순항할 경우 결승전은 30일 오전12시10분에 열린다.
금메달 경쟁 상대는 일본 73㎏급의 최강자 나카야 리키(23)가 꼽힌다.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직전까지 세계랭킹 1위를 호령한 강자다. 2010년 도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나카야는 지난해 8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런던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왕기춘과 마찬가지로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나카야는 조르기에도 능하다.
왕기춘과 나카야는 지금까지 단 두 차례 겨뤄 모두 왕기춘이 승리했다. 왕기춘은 지난해 4월 2011 아시아 선수권 결승에서 나카야와 처음 만나 발목받히기 한판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올해 1월 2012 IJF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왕기춘은 2대1 판정승을 거뒀다.
왕기춘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준비하는 과정은 모두 똑같았다. 이제 경기 당일에 내 플레이만 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여자 57㎏급의 김잔디(용인대)도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