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 논란 등으로 전격 사임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31일(현지시각)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자신의 낙마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Old prejudices in new world)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신이 장관 후보자를 자진 사임한 과정을 소개하며 “현재 (한국의) 정치적 환경과 기업 환경에서는 ‘아웃사이더’(outsider)인 내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결코 없었던 내가 그런 (장관직을 수락한) 결정을 한 것은 좀 순진했다”면서 “정ㆍ관ㆍ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주로 내 국적을 문제삼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녀사냥’(witch hunt)에 비유할 수 밖에 없는 독기서린 공격은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자신은 스파이로 몰리고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된 것처럼 묘사됐다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전 내정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직을 자랑스럽게 맡았으나 이 자리는 결국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장관직 내정 후에 갖가지 소문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내정자는 칼럼을 통해 “미국에 대한 나의 사랑은 깊고 강하기 때문에 이런 미국의 축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에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라면서 “그러나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한국)도 항상 사랑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로 고속성장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한국의 10대 재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고용 규모는 전체의 6%에도 못 미치는 등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전 내정자는 한국은 가격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고 있고, 대학 졸업자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고, 중국과 인도 등 이웃국가들의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출생지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새 부처(미래창조과학부)는 그런 길을 닦는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아픈 경험이 이를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