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자금 파문으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정치자금 모금 규모와 과정에 큰 관심이 쏠리고있다.
미국에서는 대선자금을 얼마나 끌어모으냐가 대선 향방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정치`가 욕을 먹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자금 모집 절차가 투명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통상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선거 1~2년 전부터 선거자금 모금만을 목적으로 공개 행사를 연다. 호텔 연회장이나 골프장 등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오찬ㆍ만찬 행사를 열고 국가비전 연설 등을 한 뒤 개인 후원자들에게서 후원금을 거둬들인다. 일반적으로 대선 후보자의 개인적 지지도에 따라 선거 모금액이 결정 되는 만큼 후보자들은 가동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에는 대선후보자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선거운동본부의 재무담당 책임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책임자는 한번 모임에서 수백만 달러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수완을 갖춰야 한다. 이들은 각주에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자금모집 조직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기부자들의 요구는 최대한 들어주는 식으로 후원자들과 유대관계를 맺는다. 대선후보들은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수시로 모금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확보하며 기부받은 후보들은 선거법에 따라 국고 보조도 받는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개정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선거자금을 내는 이른바 소프트머니(soft money)가 제한되는 대신 개인들이 낼 수 있는 하드머니(hard money) 한도는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높아졌다.
소프트머니는 대개 회사나 대형 조합들이 제공하지만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후보자를 위해 직접 사용할 수는 없다. 대신 당조직 활동비나 당원들의 월급, 건물 임대료, 선거광고비용으로 지출된다. 하드머니에 비해 다소 자유로운 소프트머니 조차도 사용시 개인후보자와는 협조나 상의를 해서는 안되고 자금의 출처와 사용내역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미국의 선거자금을 규정하는 연방선거법은 지난 1907년 통과된 이후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왔다. 연방선거법의 취지는 대략세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부 부유계층과 특수이익집단의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제한하고 둘째, 연방선거시 선거자금의 지출을 규제하며 셋째, 선거자금의 조달 및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화함으로써 선거자금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선거자금은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쟁점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선거가 점점 더 돈 있는 자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활동 지원을 위한 이른바 소프트머니는 `상한선`이 없어 기업과 정당간의 정경유착 고리로 의심 받아왔다. 이번에 개정된 정치자금법 역시 이같은 자기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내각제를 채용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과 미국처럼 엄청난 대선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본 총리는 다수당 총재가 자동으로 선출된다. 자민당 총재선거가 총리선거에 해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선거는 일반 국민은 참여하지 않고 국회의원을 중 심으로한 당원선거로 치러지는 폐쇄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총재에 출마한 후보들은 주로 당원을 모아놓고 강연회나 연설회를 여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다. 거리 선거운동도 그리 활발 하지 않다.
대부분 파벌에 속하는 국회의원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총재가 결정되므로 강연회도 많지 않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총재선거는 당에서 지원되는 일부 자금과 후보 개인의 정치자금으로 치러진다. 일본 정치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후원회를 열거나 기업 단체 개인 등의 헌금으로 정치자금을 모은다. 과거에는 정치 헌금이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자금 모집력이 강 한 정치인에 자금이 쏠림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93 년께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당을 중심으로 정치자금이 모집 되도록 하고 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