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소에다 스마트폰 출현으로 입지가 좁아진 내비게이션 업계가 시장정체 늪에 빠지면서 업체 수가 10분의1로 줄어드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살아남은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 등 주요 업체들은 매립형ㆍ블랙박스 등을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4년 전 100개가 넘던 내비게이션 업체 수는 10여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비게이션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했던 아이리버ㆍ코원ㆍ빌립ㆍ엑스로드ㆍ하이온 등 업체는 과열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의 핵심인 디지털지도 없이 하드웨어만을 제조하다 보니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시장은 거치형, 매립형, 비포마켓(순정)을 합해 지난 2008년 이후 160만대 규모선에서 멈춰 버렸다. 초창기 DMB 탑재로 날개를 달아 급성장했지만 3D, 음성인식, TPEC(실시간교통정보시스템) 등 부가 기능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추가 수요 창출에 실패한 것. 또 3D, TPEC서비스 도입 초기 유료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내비게이션 교체주기를 3년으로 내다봤지만 소비자들은 차를 새로 구매하기 전에는 내비게이션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T맵'이나 '올레내비' 사용자 증가로 기존 시장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팅크웨어의 아이나비가 약 50%,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가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맵피'와 '지니' 브랜드로 유명한 현대엠엔소프트가 디지털지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SNS(옛 서울통신기술), SK엔나비, 만도마이스터 등이 제품을 내놓고 있는 정도다.
현대엠엔소프트는 현대자동차가 31.83%, 현대모비스가 25.67%를 보유하고 있다. 팅크웨어는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가 5.6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유비벨록스에 인수됐다. 내비게이션업계가 사실상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130만~140만대 규모에서 성장을 멈춘 거치형 제품에서 탈피해 매립형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매립형 시장은 2008년 5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4배가량 늘어났다. 아울러 팅크웨어ㆍ현대엠엔소프트 등 디지털지도에 강점이 있는 업체들은 블랙박스나 모바일용 시장을 새로운 발판으로 삼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기능과 접목된 스마트카 시대가 열리면 다시 내비게이션이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차량에 달고 다니는 제품의 시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