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일(현지시간) 회원국의 현행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제 유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OPEC의 감산불가 결정으로 지난 3개월간 이어진 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이미 바닥을 찍은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 상승한 배럴당 59.13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2% 오른 63.2달러로 마감했다. OPEC의 결정에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지만 미국의 원유 시추기 시설이 26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판에 급등했다.
월가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이나 하락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CNBC가 이날 유가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말 WTI와 브렌트유 전망치 중간값은 각각 배럴당 60.8달러, 65.91달러였다. 이들 응답자는 내년 말 WTI와 브렌트유가 올해보다 배럴당 각각 1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77%는 유가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답했고 9%만이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특히 이들은 '가격 결정권자'로서 OPEC의 위상이 상당 부분 퇴색한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자의 92%는 앞으로 유가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원유시장의 수요·공급, 미 달러화의 추가적인 강세 여부를 지목했다. OPEC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목한 응답자는 단 5%에 그쳤다. OPEC이 더 이상 원유시장을 좌우하지 못하는 만큼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입어 유가가 약간이나마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미 셰일 업계가 신규투자는 타격을 받고 있지만 생산량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36%는 미국의 생산량이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32%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전쟁'에도 미국 셰일 업계가 고사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는 "글로벌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미국의 생산량은 투자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말 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