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내와 결혼 후 본국으로 돌아가 바람을 핀 외국인 남편에게 법원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배인구 부장판사)는 부인 A씨가 독일인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앞서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B씨를 대상으로 위자료로 1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제기한 이혼청구는 각하했다. 독일 법원의 이혼 판결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혼자 출국해 부정행위를 하고 이별을 통보한 B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며 “혼인 기간, 나이,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판시했다.
외국 법원에서 파탄주의에 따른 이혼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국내 법원에서 유책주의에 따른 위자료를 별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파탄주의를 따르는 독일에서는 부부 관계가 깨지면 누구나 이혼소송을 낼 수 있다. 반면 유책주의를 채택한 한국에서는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먼저 소송을 낼 수 없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부인의 위자료 청구를 포함한 소 제기 전부를 각하했다. 피고가 스페인 국적인 점 등을 고려해 한국 법원 관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국내 법원에 재판 관할권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이 크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