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돼봐야 알죠." 연초 몇몇 건설사 담당자들에게 올해 경영계획을 묻자 나온 답이다.
신규분양 주택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오는 2월11일로 종료되면 큰일난다는 업체들의 푸념 섞인 걱정이 곳곳에서 들린다. 아우성이라도 치면 정부가 또 무슨 선물이라도 내놓지 않겠느냐는 간절함조차 묻어난다.
"세제혜택도 못 받는데 누가 분양을 받겠느냐"며 2월 이후의 아파트 공급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업체조차 '밀어내기' 분양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1월 공급예정 물량은 2만1,80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36가구의 3배가 넘는다. 2월11일이 지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낳은 기현상이다.
주택건설 업계의 경영계획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천수답(天水畓)'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논바닥은 메말라 가는데 그저 손을 놓은 채 하늘이 단비를 내려주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주택업계의 공급은 묘하게도 정부정책과 맞물려 있다. 지난 20년간 주택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시기는 세 차례 정도다. 바로 주택200만호 공급계획이 나온 지난 1980년대 말과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관련규제가 대거 풀렸던 2000년대 초, 그리고 미분양ㆍ신규분양의 한시적 양도세 감면조치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다.
정책에 따라 널 뛰는 주택공급은 주택업체들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하고 있다. 한때 내로라는 대형 건설사를 제치고 국내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라이프ㆍ우방ㆍ청구 등 상당수 중견 주택건설사들은 지금은 아예 역사에서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인 상당수 중견사들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당수 문을 닫았거나 워크아웃이라는 힘겨운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주택시장 상황이나 집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20여년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변했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의존하는 업계의 오랜 관행이나 냉ㆍ온탕을 오가는 정부의 갈지자 주택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지금의 밀어내기 공급도 마찬가지다.
"정부만 바라보고 있어요"라는 주택건설 업계의 천수답 경영이 10년 후에는 바뀔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