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파산한 경우 파산 전에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파산 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한 이자까지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채무자회생법에서 파산 선고 이후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는 채권(재단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임금뿐 아니라 미지급 임금 이자도 재단채권으로 간주한 것이어서 앞으로 파산 기업 근로자들의 권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장모씨 등 38명이 A사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채무자회생법은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로 인해 생긴 청구권을 재단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해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파산관재인은 직무상 재단채권인 근로자의 임금 등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가 있다"며 "파산관재인이 파산 선고 후 임금과 퇴직금을 변제하지 않아 근로자가 임금과 임금에 대한 이자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로 인해 생긴 청구권에 해당해 재단채권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파산 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은 파산채권으로 본다. 파산채권은 반드시 파산절차를 통해 확정되며 파산절차 진행 중에는 채권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낼 수 없다.
다만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은 재단채권에 해당돼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파산관재인이 수시로 변제하고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관재인이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본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장씨 등은 A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했지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 2012년 10월 A사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아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장씨 등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파산 선고 후의 지연손해금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재단채권인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해 근로자의 생활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