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자등 연내 1조 2천억 충당지난달 26일 현대 계열사 주가 폭락으로 불거진 현대투신 사태는 9일만에 총수 일가 사재출자와 계열사 주식 담보제공으로 일단락됐다.
현대가 4일 발표한 현대투신 조기정상화 방안은 정부의 압력과 시장의 불신을 한꺼번에 해소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먼저 증자, 외자유치,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모자라면 담보로 내놓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비록 사재출자 규모가 당초 예상액인 1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오너가 책임지라』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수 있다.
현대는 여론을 등에 업고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정부에 대해 버티기로 일관하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오너에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관측이다.
◇정상화방안 주요 내용=현대는 현대투신의 자기자본 부족분 1조2,000억원을 올해안에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몽헌(鄭夢憲)회장 사재출자 1,000억원 외자유치 2,000억원 운용회사 지분매각 이익 7,000억원 당기순이익 4,000억원을 제시했다. 또 2002년까지 증자 4,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원, 보유 유가증권 매각 6,000억원 등을 추가로 제출했다.
鄭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 주식 9,816주, 현대택배 주식 177만3,331주 등 비상장 계열사 주식 전량을 우선 출자하기로 했다.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888억원 상당으로 현대는 이 금액이 부족할 경우 추가출자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기자본 확충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현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등 비상장 3개 계열사 주식(3조4,000억원 상당)중 1조7,000억원 어치를 현대투신증권에 담보로 예탁하고 임의처분을 보장하는 위임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즉 현대투신이 당초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자본 잠식분 1조2,000억원을 모두 충당하지 못했을 경우 부족분 만큼을 담보로 내놓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3개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코스닥 등록 또는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현대가 담보로 내놓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은 현대전자와 현대상선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 주식 2조1,000원, 현대택배 주식 3,200억원, 현대오토넷 주식 1조원 등 모두 3조4,200억원 어치다.
◇실현 가능성과 남은 과제=외자유치 계획은 현대투신증권이 지난해부터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연내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이창식(李昌植) 현대투사증권 사장은 『외국계 한 곳과 협상을 활발히 진행해왔으나 투신사 구조조정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은 뜸해진 상태』라면서도 『연내 성사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당기순이익의 경우 현대투신증권은 올 회계연도에 4,000억원의 당기순익을 계상해놓고 있다. 99 회계연도에 비경상손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4,134억원의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최대난제는 현대투신운용의 지분 매각으로 이는 코스닥 등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鄭회장과 계열사가 내놓은 비상장사 주식이 너무 높게 평가돼 실효성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측은 현대택배의 주가를 4만9,500원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2만원 내외에 머물고 있어 鄭회장의 출자액은 260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정보기술과 현대오토넷도 부풀렸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을 처분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수 없다.
◇전망=현대투신은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연내에 유동성 1조2,000억원을 무난히 확보할수 있기 때문에 계열사 담보 주식을 처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당장 鄭회장의 사재를 현대투신에 출자하는 한편 현대투신의 코스닥 등록, 외자유치 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연성주기자SJYON@SED.CO.KR
입력시간 2000/05/0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