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의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해 "금융감독원보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책임이 더 있다"며 예보 책임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예보가 대주주로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과 갈등을 빚으며 견제했지만 대주주로서 경영진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오는 16일로 예정된 예금보험위원회에서 예보가 황 회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예고했다. 진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우리은행 손실에 대한 감독당국 책임론과 관련, "후임자의 입장에서 책임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고 하려면 국회ㆍ감사원 등에서 해야 한다"며 "당시 대주주로서 황 회장을 막으려 했던 예보도 할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은 2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하면서 적은 인원으로 파생상품까지 검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예보가 대주주로서 자세히 들여다봤어야 했다는 점에서 금감원보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민간회사에서 경영진이 이 정도의 손실을 냈다면 더 큰 징계가 내려졌을 것"이라며 "예보는 주주인 국민들을 대신해 황 회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이 예보의 책임을 거론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책임의 한계를 예보 선에서 끝내겠다는 의도를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금융위ㆍ금감원ㆍ예보가 황 회장의 부동한 행위를 확인하고도 KB금융지주 회장 취임을 방치했다"면서 우리은행의 손실위험을 금융위ㆍ금감원ㆍ예보 모두 알고 있었다고 지적, 당국의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금융지주가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고 황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